[공공부문 간접고용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고용 보장 먼저, 처우 개선은 나중에?

by 센터 posted Oct 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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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경기도콜센터 상담사 정규직 전환 사례


신희철 희망연대노동조합 조직국장



콜센터 상담사 정규직 전환 


공공부문 민간위탁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과 3단계 가이드라인 발표를 애타게 기다려왔다. 2018년에는 “연말이면 가이드라인이 발표된다고 한다.”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해를 넘기고 2019년 2월 27일에야 ‘민간위탁 정책 추진방향’이라는 이름으로 다뤄진 정부 계획에는 “일률적 기준 설정이나 구속력 있는 지침 시달보다는 소관 부처 등 책임 있는 기관이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결정”, “민간위탁 노동자 노동 조건 보호 가이드라인 마련”뿐이었다. 민간위탁을 관리하는 공공부문 해당 부서에 정규직 전환을 할지, 민간위탁을 유지한 채 처우 개선을 할지 판단을 넘긴 것이다. 담당 부서 입장에서는 사용자 및 관리자로서 추가 업무를 하기보다 기존대로 업체 등에 민간위탁을 맡기는 게 훨씬 수월하다고 볼 것이 뻔한데 정규직 전환 여부를 부서에 맡기겠다는 결정에 민간위탁 콜센터 상담사들을 비롯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녹록한 것은 아니지만 공공부문 민간위탁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전환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시도지자체 등 공공기관장, 의회의 의지, 해당 사업장 노동자의 요구와 활동이 주요 변수다. 올해 1월부터 내년 말까지 민간위탁을 다시 진행하게 된 인천시120미추홀콜센터 상담사들이 노조(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인천지역노조 미추홀콜센터분회)와 시의회의 노력으로 2020년 말 계약 만료 후 정규직 전환 약속을 이끌어냈다. 3개 업체에 민간위탁 운영되던 서울시 120다산콜센터 상담사들도 지난 2012년 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지부를 결성하고 2014년 서울시 인권위원회에서 “감정노동 해결을 위해 정규직 전환이 필요하다”는 권고를,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으로부터 정규직 전환 약속을 이끌어내고, 2017년 5월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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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경기도콜센터 노동조합 설립 선포 기자회견(@희망연대노조)


이재명 도지사의 정규직 전환 약속


노동조합에 가입하거나 만들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120경기도콜센터 상담사들도 지난 2018년 10월, 노조(희망연대노조 경기도콜센터지부)를 결성했다. 그리고 기자회견을 통해 처우 개선과 정규직 전환을 경기도에 요구했다. 한편 민주노총 경기도본부도 경기도와 2018년 노정교섭 추가의제로 경기도콜센터 정규직 전환을 12월부터 다루기로 했다. 


이런 와중에 신년 기념행사를 마친 이재명 도지사가 경기도콜센터를 방문했다. 이재명 도지사는 콜센터 업무를 동행한 후 간담회 자리에서 직접고용을 요청하는 상담사들의 목소리를 듣고 “공공부문 가이드라인과 별개로 경기도콜센터 상담사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을 즉석에서 했다. 상담사들에게 “근로자가 아닌 당당한 노동자가 되시라.”는 이야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 2019년 7월 1일부로 공무직으로 정규직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정규직 전환 논의 시작과 공방


희망연대노조 경기도콜센터지부와 경기도 열린민원실은 2018년 12월 24일부터 노정교섭에 따른 실무협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2019년 3월 26일까지 진행된 네 차례의 ‘경기도콜센터 상담사 정규직 전환’ 실무협의에서 제대로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담당 부서는 임금, 처우, 정규직 전환 설계에 대해 “권한이 없고 정해진 바 없어 이야기할 게 없다.”는 입장뿐이었다. 이후 ‘권한’을 부여받은 ‘경기도콜센터 상담사 정규직 전환 노사 및 전문가협의회’가 구성되면서 4월 8일부터 논의가 제대로 시작될 수 있었다.


그러나 4월 24일 2차 회의 때까지도 고용 보장 외 쟁점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없었다. 경기도는 현행 규정과 기존 정규직 전환 사례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경기도 공무직 가,나,다 직군 중 가장 낮은 수준인 가 직군(일반직종 중 사무보조원) 안을 고수했다. 결국 노사소위원회로 공이 넘어갔지만 사용자로 참여한 경기도 노동정책과, 열린민원실 모두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사측이 다른 수당 등에 대해 더 요구하지 않으면 나 직군(위험직군) 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하거나, 감정 노동 대책으로 수당 등을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이후 모두 어렵다는 입장을 가져왔을 뿐이다. 5월 기존 파견용역 전환 당시와 달리 상급 노조 참여를 배제했고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희망연대노조 경기도콜센터지부, 경기도콜센터노조 등 상담사들은 도의회 상임위 및 도의원, 전문가 단체, 지역 노조 등을 면담했다. 경기도콜센터 상담사 특수성과 공무직 공통성을 분리해서 이야기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나눴다. 그러나 공무직 공통성 측면에서 과제였던 모호한 직군 체계의 상향 전환, 기본급과 (일부 직종) 직무수당 뿐인 통상임금 범위 확대, 7~8천 원 수준인 호봉 간 금액 상향, 1년 미만자에 대한 연차당겨쓰기나 휴직 등 공무원 수준의 일정 처우 개선에 대해 경기도 공무직 단체교섭에서 제대로 다루겠다는 약속이라도 해달라는 상담사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우선 고용 보장 먼저 하자. 처우 개선은 믿어 달라. 별도 협의기구는 어렵다.”라고 할 뿐이었다.


특수성도 사실상 반영되지 않았다. 경기도 정책, 불편 등 각종 업무에 대해 민원 안내를 담당하고 있는 것과 대표적인 감정 노동자인 경기도콜센터 상담사들의 요구가 ‘형평성’을 이유로 무시되었다. 연차휴가를 제로화 할 수밖에 없다고 하여 특별휴가라도 보장하라는 요구도, 심야시간 출퇴근하는 저녁팀과 야간팀 교통비 보존 요구도 거부되었다. 감정 노동 프로그램도 예산 범위 내에서 추후 협의한다 수준이었다. 제대로 된 컨설팅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됐다. 협의기구 연장이나 별도 기구 추진은 경기도 공무직 교섭대표 노조인 공공연대노조도 동의했는데도 부당노동행위 소지가 있다며 사측이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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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공무직 관리규정 일방개정 규탄 기자회견(@희망연대노조)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합의안


경기도콜센터 상담사들은 어려운 조건이고 쟁의권도 없었지만 정규직 전환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고 싶었다. 점심 휴게시간에 일인시위도 하고 연일 기자회견도 진행했다. 기존 공무직 전환 노동자들과 함께 도지사 면담 요청서를 전달하기도 했고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긴급 정책토론회도 추진했다. 


그러나 ‘노동존중’은 파괴되었다. 5월 24일 이재명 도지사가 경기도 국장, 실장 등이 자리한 확대간부회의에서 “비정규직의 과도한 요구에 휘둘리지 말라”고 지시했고, 경기도 내에서 정규직 전환 철회 가능성이 수시로 언급되었다. 단지 며칠 진행해온 일인시위나 피케팅, 그리고 노동시민사회단체와 도의회 임시회 마지막 날인 5월 28일 진행하려 한 감정 노동 대책 촉구 기자회견, 심지어 경기도의회 등과 준비하던 6월 5일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로드맵 마련’ 긴급 정책 토론회, 6월 11일 민생 정책 토론회를 진행하거나, 참석했다가 언론에 화두가 되면 정규직 전환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공포가 이어졌고 공개 활동이 진압됐다. 손과 입, 발이 묶인 채 경기도가 초기부터 이야기해온 수준의 최종합의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은 현재 진행형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선 고용 보장, 전환 후 처우 개선”을 이야기했던 경기도는 결국 어떠한 협의기구도 마련하지 않았다. 처우 개선을 추진했다고 하지만 9월 16일 경기도 공무직 단체교섭 중 교섭 대표 노조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다음 날부터 설명회를 강행, 20~30일에 동의서를 제출 받다가 공무직 과반 동의가 이뤄지지 않아 무산되었다. 희망연대노조 경기도콜센터지부와 공공연대노조 서경지부 경기도청지회는 해당 규정 개정에 대한 반대운동을 주도했다. 아직 진행 중인 경기도 공무직 첫 단체교섭에 족쇄가 될 수 있고, 무엇보다 일방적이고 졸속적이었기 때문이다. 설명회를 하면서 개정안 전문을 공개하지도 않았고 질적 개선이라는 발표와 달리 호봉구간 금액 일부 상향, 일부 복지 외에는 연차휴가 당겨쓰기, 육아휴직 개선, 통상임금 범위 확대, 직군제 상향 통폐합 등의 요구를 무시하거나 역행하는 안이었다. 상급자(공무원)에 대한 복종의 의무를 추가하고 징계사유로도 끼워 넣는 것이었고 예민할 수 있는 성과평가제를 밀어붙이는 안이었다. 노동존중을 재차 무색하게 하는 것이었다.


정규직 전환으로 고용 보장, 공무직 일반 수준의 처우 보장은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은 그것 자체로 끝이 아니며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시혜’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 정규직인 공무원 수준은 아니더라도 중규직의 위치에 있는 무기계약직, 혹은 공무직의 목소리를 알릴 수 있고 동등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명실상부한 노동존중 행정이 이뤄져야 한다. 더불어 시간에 쫓기지 않고 사업장 특수성을 고려해 충분한 논의와 설계가 기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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