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도歲寒圖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1786~1856) 1844년, 국보180호, 수묵화, 23×69.2cm, 국립중앙박물관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는 1930년대 중엽에 일본인 경성제대 교수 후지쓰카 지카시의 손에 들어가 일제 말에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서예가이며 고서화 수집가였던 손재형의 노력과 후지쓰카 지카시 가문의 도움으로 제2차 세계대전의 불길 속에서 건져져 국내에 돌아와 국보 180호로 지정되고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다.
‘이게 그 유명한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라고? 정말?’
물론 나는 문인화의 아름다움을 알아볼 안목이 높지 않지만, 그림은 거칠고 메마른 붓질이 쓱쓱 지나갔을 뿐, 집 한 채와 나무 네 그루가 전부인 그저 싱거운 그림이다. 세련된 기법도 찾아 볼 수 없다. 추사의 일생을 다룬 비평서 《완당평전》을 쓴 유홍준도 실경산수로 치자면 빵점짜리라고 서술했다. 사실 이 그림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그림 속에 숨은 이야기와 함께 그림의 여백까지 보는 마음이 필요하다.
‘세한歲寒’이란 새해 전후로 연중 가장 추운 절기를 뜻한다. 겨울의 칼바람이 휩쓸고 간 자리에 초라한 집 한 채와 양쪽으로 잣나무와 소나무 두 그루씩 서있을 뿐 온통 여백이다. 텅 빈 공간이 더 쓸쓸하고 춥다. 황량한 유배지에서 느낀 추사의 적막감과 외로움이 그대로 느껴진다.
1844년 제주도에 유배되어 모든 지위와 권력을 박탈당하고 귀양 생활하고 있던 추사 자신에게 제자 이상적李尙迪이 사제지간의 신의를 저버리지 않고 역관으로 북경에 갈 때마다 귀한 책들을 구하여 스승인 그에게 보내준데 대한 고마운 마음에 붓을 들어 글과 그림으로 전했다.
“세상이 온통 권세와 이득을 쫓는 가운데서도 그대는 이처럼 마음을 쓰고 어렵게 구한 책을 권세 있는 자들에게 주지 않고, 오히려 바다 건너 귀양살이하고 있는 초라한 나에게 보내 주었구려. (··· ···) 공자께서 추운 계절이 돼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푸르게 남아 있음을 안다고 하셨네.”
공자의 《논어》 한 구절 ‘세한연후지 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松栢之後凋’를 빌려와 이상적의 인품과 변치 않는 절개를 늘 푸른 소나무와 잣나무에 비유한 내용이다.
그림의 사연을 떠올리며 다시 찬찬히 바라본다. 그림의 제목과는 달리 따뜻함이 전해진다. 차가움과 따뜻함이 이렇게 어우러져 있으니 문인화의 최고라는 찬사와 평가에 이제야 수긍이 간다.
모두가 외면할 때, 내 편 하나 없이 외로울 때, 무언가 말 못할 시름이 깊어 한없이 슬플 때, 내 옆에 신의信義를 지키는 벗이 있는지? 그리고 나는 그런 벗에게 신의를 지키는 존재인지 되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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