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훌쩍

by 센터 posted Nov 01, 20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Files
정기훈.jpg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던 지난 폭염의 기억이 어느새 멀다. 부쩍 찬바람 불어 사람들 옷차림이 훌쩍 두껍다. 바싹 마른 잎이 길에 뒹군다. 마음 따뜻한 가을 이야기가 청사며 어느 서점 외벽에 붙었다.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던 오랜 적대의 기억도 얼마간 흐릿하다. 평양냉면 가게엔 단풍이 들도록 줄이 길다. 대동강 맥주 얘기는 호프집 술안주다. 고무찬양에 거리낌 없다. 막걸리 가게도 왁자지껄, 끌려가는 이 없이 평화롭다. 두 정상이 천지에 올라 손잡은 사진이 시청과 지하철 벽 여기저기에 붙어 분위기를 전했다. 훌쩍 가을, 광장엔 온갖 축제가 많아 잔디가 성치 않다. 보수 나선 조경 노동자가 수레를 민다. 축제 무대 설치 알바 나선 청년이 깔개를 끈다.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은 고된 밥벌이가 또 하루 별일 없이 계속된다. 주름진 얼굴도, 생기 도는 이마도 가을볕에 훌쩍 단풍처럼 익어간다.    

정기훈 매일노동뉴스 사진기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8 언제나 분수처럼 file 센터 2020.04.27 652
37 옛날이야기 file 센터 2020.02.27 866
36 겨울, 거울 file 센터 2020.01.02 775
35 사라져야 할 것들 file 센터 2019.10.30 821
34 맨 앞자리에서 file 센터 2019.08.29 1031
33 맨 앞에 오토바이 file 센터 2019.06.25 1110
32 오버홀 file 센터 2019.04.29 1533
31 노래 이야기 file 센터 2019.02.25 1710
30 오른다 file 센터 2018.12.26 84388
» 어느새 훌쩍 file 센터 2018.11.01 1361
28 그들이 꿈꾸었던 file 센터 2018.08.28 1214
27 파란 나라, 파란 천막 file 센터 2018.07.02 1488
26 오랜 구호가 file 센터 2018.04.26 1256
25 핫팩처럼 file 센터 2018.02.28 1203
24 슈퍼맨은 아직 file 센터 2018.01.02 1239
23 우산 file 센터 2017.10.30 1266
22 데칼코마니 file 센터 2017.08.28 1245
21 골든타임 file 센터 2017.07.03 1177
20 철망 앞에서 file 센터 2017.04.26 1519
19 분리수거 file 센터 2017.02.27 1300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Next ›
/ 3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