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박근혜] “그래 돈 많이 버시라! 그러나 명예는 줄 수 없다”

by 센터 posted Feb 2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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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범 쉼표하나 3기 회원



2월 5일 오후 내리던 눈이 비로 변했다.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 콜트콜텍 천막 입구 옆에 부탄가스 깡통으로 만든 ‘희망 탑’이 서 있다. ‘한국에는 더 이상 콜트 기타가 존재하지 않는다!’, ‘사장은 1,200억의 재력가. 뼈 빠지게 일한 노동자들은 정리해고로 10년간 거리에 있다’, ‘노동법 개악 중단하고, 허위사실 유포한 새누리당은 사과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들이 있다. 천막 안에서 방종운 금속노조 인천지부 콜트악기 지회장이 노조 회의 자료 작성 등으로 업무 중이다. 일할 땐 기타를 칠 줄 몰랐지만, 투쟁하다보니 콜밴의 기타 연주를 지켜보다 방 지회장도 천막에서 기타 독학 중이다.


1973년 피아노와 기타를 주문자 상표를 부착해 생산하다 1982년 콜트 브랜드를 만들면서 회사는 커갔다. 인천, 대전 등에 공장들이 있는 상황에서 1995년 인도네시아 수라비야 일렉 기타 공장, 1999년 중국 대련 어쿠스틱 기타 공장을 세웠다. 2007년 3월 인천 공장 정리해고, 대전 공장 휴업 통보 및 공장 폐쇄에 이어 2008년 8월 인천 공장을 정리했다. 사측은 ‘한국과 비교해 월등한 가격 경쟁력’, ‘치솟는 국내 인건비 상쇄’를 이유로 들며 해외 공장이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노조는 어렵지도 않은 회사를 어려운 회사로 속이고 문을 닫았다고 한다. 세계 기타시장의 30퍼센트, 그리고 37퍼센트 부채비율 등 건실한 회사였지만 고의 적자를 만들어 가며 문을 닫았고, 1~2년 후 노조가 무력화되면 다시 가동하는 시나리오를 세웠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5.농성장.jpg

2015년 김무성 새누리당 당시 대표의 사과를 요구하며 새누리당사 앞에 만든 농성장


노조는 박영호 사장이 콜트에서 전자 기타를 분리해 콜텍을 만들면서 ‘콜트악기는 노조가 장악한 회사’라고 말했다고 한다. 방 지회장은 낮은 임금, 노동자의 인격을 무시하는 태도, 열악한 사업장 환경과 산재 문제 등 당시 사업장의 심각한 노동 환경을 증언한다. 2008년 당시 20년 일한 남성 노동자는 연간 2,800만 원 정도, 여성 노동자의 경우 2,300~2,500만 원 사이의 임금을 받았다. 600명이었던 조합원들은 300여 명씩 콜트와 콜텍으로 나뉘고 10년 투쟁을 거치면서 콜트 21명, 콜텍 27명이 남았다. 방종운 지회장은 1987년 8월 3일 콜트에 입사해 공작반에서 일했다. 2008년 정리해고 투쟁을 전개하다 해고됐다.


방 지회장은 2015년 노동악법 저지와 김무성 새누리당 당시 대표가 건실한 기업이 강성노조 때문에 문을 닫았다는 ‘거짓말’에 사과를 요구하며 45일간 단식 농성을 했다. 그해 9월 3일 김무성 대표는 “기업이 어려울 때 고통을 분담하기는커녕 강경 노조가 제 밥그릇 늘리기에 몰두한 결과 건실한 회사가 아예 문 닫은 사례가 많다”며 콜트콜텍과 발레오공조코리아를 언급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거짓이었다. 이에 앞서 일부 언론이 왜곡 보도를 한 상황에서 또 다시 김 대표가 ‘노동 개악’ 강행을 위해 노조를 매도한 것이었다. 이는 다시 언론들이 사실인양 받아쓰면서 8년간의 투쟁을 매도했다.

“김무성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을 제주도에서 들었다. 강정 행정 대집행 관련 재판 때문에 갔었는데 그 소식을 듣고 억장이 무너졌다. 일인시위는 언론이 제대로 다뤄주지 않았다. 그래서 새누리당 앞에서 단식 농성을 했다. 그렇게 해서 노동자의 억울함과 노동법 문제점을 알려야 했다. 이것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정권은 노동악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콜트콜텍 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거짓으로 보도한 언론사들은 정정 보도했고, 김무성도 사과했다. 우리는 그 누구보다 해고를 먼저 당해봤기 때문에 노동법 개정의 문제를 안다. 일반해고 조항이 생길 경우 사실상 마구잡이 해고가 발생하게 된다. 재교육 및 맞는 부서에 배치한다고 하는데 과연 사업장 현실이 그런가. 노동개악 반드시 막아야 한다.”


농성과 함께 김무성의 거짓 발언에 손해배상 소송을 했고, 1년여 간의 투쟁 끝에 ‘콜트콜텍 노동자의 명예’를 지킬 수 있게 됐다. 2015년 8월 26일 김무성 전 대표는 국회 정론관에서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공개 사과를 했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왜곡 보도했던 동아일보와 한국경제신문도 ‘콜트악기가 한국 공장을 폐쇄한 이유는 노동조합의 생산 활동 중단과 폭력시위 등으로 경영자를 압박하여 경영 위기를 불러왔기 때문이 아닙니다’라고 정정 보도를 냈다.


지난 2017년 1월 28일은 딱 3,650일로 투쟁 1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점거, 고공, 단식 농성 등 온갖투쟁을 다했다. 그러다 보니 몸도 많이 상했다. 방 지회장은 “그래 돈많이 버시라. 그렇지만 노동자를 업신여기고 거짓말한 자본에게 명예는 줄 수 없다”며 11년차 투쟁을 이어갔다.

방 지회장을 비롯해 이인근 콜텍 지회장은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농성하고, 콜밴에서 베이스 담당인 김경봉 콜텍 조합원은 광화문에서,카혼 치는 임재춘 콜텍 조합원 등이 현장 투쟁 중이다.

“김무성도 사과했는데 언제까지 농성을 하느냐고 묻는다. 우리는새누리당 해체될 때까지 한다. 김무성은 새누리당 대표 자격으로 우리에게 발언한 것이 아니냐. 새누리당이 노동개악을 포기한다고 선언, 아니 해체될 때까지 투쟁을 한다. 지금 우리가 계속 싸워야 할이유인 콜트 악기는 국내에 없다. 지금 임대 사업을 한다고 하지만, 2023년까지 콜트 악기 상표를 갱신했다. 우리가 투쟁을 중단하는 순간 회사는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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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에서 기타 독학 중인 방종운 지회장(@이기범)


탄핵 국면 속에서 새누리당 앞은 어수선했다. 콜트콜텍 농성 천막옆에 친박 농성 천막이 쳐져 있다.  방 지부장은 “만약 제가 노동조합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옆에 있는 천막에 있을지도 모르겠죠”라며 웃었다. 방 지부장은 지난 10년 투쟁 중에 가족들이 가장 안타깝고 미안하다고 한다.

“장기 투쟁 사업장들이 참 많다. 자본의 횡포에 의해 거리에서 생활하는 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 어렵지 않은 회사를 어렵다는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해서는 안 된다. 명확하게 조사해야 한다. 해고자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정부의 역할이다.”

방 지회장은 오늘도 공장 앞마당에서 국내외 기타리스트를 초청해멋진 공연을 준비하는 복직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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