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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만 노동자들의 미래가 걸린 씨앤앰 투쟁을
민주노총이 책임집니다
-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 희망연대노조 최문호 위원장,
케이블방송 비정규직지부 김영수 지부장 동시삭발에 들어가며
스타케미칼 차광호 동지의 공장굴뚝고공농성이 200일을 훌쩍 넘겼습니다. 병원으로 실려가서도 투쟁 의지를 굽히지 않는 최장기 투쟁사업장 코오롱 정투위 최일배 위원장의 단식농성이 42일째입니다. 쌍용차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다시 공장굴뚝에 올랐습니다. 같은 날 쌍용차 해고노동자가 숨졌습니다. 26번째 희생자입니다. 진짜사장 이재용은 나서지 않으면서 삼성전자서비스 원청은 센터의 고의적인 일감을 줄여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바지사장들은 센터를 폐업하겠다고 협박하고 있습니다. 서울톨게이트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시중 노임단가 적용을 요구하며 양주 톨게이트 앞에서 49일째 싸우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인 여수시청에서 최저임금조차 위반하고, 부산시 보건소는 12월 31일을 기해 30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하겠다 협박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120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의 직접고용 전환 요구에 대해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대표 기업인 KT계열사와 재계약하려 하고 있습니다. 인격살인과 그에 따른 경비노동자의 분신으로 사회적 이목을 끌었던 신현대아파트는 명예훼손을 이유로 경비노동자 고용승계를 거부하고 전원 해고하였습니다. 그리고 서울 도심 한복판 씨앤앰 비정규직 노동자인 임정균 동지와 강성덕 동지의 고공농성도 오늘로 35일째를 맞습니다. 지상에서 홀대받고 배제되어온 노동자들이 하늘에서 깃발이 되어 펄럭입니다.
1900만 노동자들의 생존이 송두리째 위태롭습니다. 추운 겨울 이 땅의 노동자들은 살기 위해 곡기를 끊습니다. 연달아 하늘로 올라갑니다. 원통하지만 도리없이 삶을 놓기도 합니다. 10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일상은 차별과 고용불안으로 뒤숭숭합니다. 정규직 노동자들도 정리해고와 구조조정 단두대에 올라갈 날을 기다리고 있는냥 불안합니다. 2014년 대한민국 노동자로 산다는 게 참담합니다. 땅콩서비스 때문에 재벌3세에게 욕설과 폭행을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합니다. 헌법에 보장된 노조활동 때문에 목숨을 던져야 합니다. 불법적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 아래 노동인권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정리해고를 제멋대로 남용하는 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했습니다. 불법/탈법/편법을 밥먹듯 해온 자본가는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데, 아무 죄 없는 노동자들은 권리를 외치기만 하면 공권력이 낚아채갑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인간다운 얼굴을 한 자본주의마저 까마득합니다.
정부는 역할을 포기했습니다. 소득 주도 경제성장 운운하더니 비정규직 고용기간 연장과 파견업종 확대를 거쳐 정규직 해고 완화를 강변합니다. 고의적인 역주행입니다.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국회도 민의의 전당이 아닙니다. 자본가들을 비롯한 가진 자들의 이해를 앞장서 대변할 뿐입니다. 사법부의 권능도 무너졌습니다, 쌍용차와 YTN의 정리해고 노동자들에 대한 합법 판결은 대법원 역사에 가장 치욕스런 오점으로 남았습니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대법원 판결을 깔아뭉갠채 꼼수만 부리고 있습니다. 주요 언론방송도 사회의 공기로서 제몫을 포기했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의 삶의 현장에 평소 취재기자와 카메라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죽고 농성하고 집단행동으로 나서야 옵니다.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누구나 비정규직과 정리해고의 폐해에 대해 공감하지만 당사자가 나서지 않으면 문제해결은 불가능합니다. 앞선 노동자들이 파업과 고공농성과 단식으로 싸우고 있습니다. 전체 노동자들의 이해가 걸린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 십자가를 지고 분투하고 있습니다. 인간답게 살고싶다는 몸부림으로 자본과 권력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노조를 만들기도 어렵고 만들어도 깨지기 십상인 수많은 미조직 노동자들의 삶을 응원하며 대변하는 싸움입니다. 조직된 노동자들의 각성과 참여를 환기시키는 싸움이기도 합니다. 고립된 싸움이 아니라 사회적 연대를 추동하는 싸움으로 나가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습니다.
정당한 요구를 내건 노동자 투쟁인 만큼 꼭 이겨야 합니다. 패배와 좌절의 연속인 노동자들과 노동운동의 지난한 현실을 뚫고 한번은 제대로 이겨야 합니다. 어디든 이겨서 노동자들에게 희망의 전령사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죽지 말고 인간답게 살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이겨서 환한 웃음과 가슴벅찬 동지애로 되돌려받을 수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헌법에 정한 노동3권이 바로 내 권리라고 힘줘 얘기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똘똘 뭉친 씨앤앰 투쟁이 패배한다면 누구에게 단결을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수도 서울에서 시민사회와 지역사회가 폭넓게 연대한 씨앤앰 투쟁마저 패배한다면 어디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씨앤앰 원청사용주 MBK와 맥쿼리는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습니다. 교섭하자더니 시간 벌기가 목적이었습니다. 이제 씨앤앰의 이름을 지워버리는 투쟁을 결단해야 합니다. 돈에 눈멀어 노동자들을 짓밟는 투기자본에게 우리 노동자들의 분노를 되돌려줘야 합니다. 우리의 피눈물과 고통과 한숨을 그들은 모릅니다. 인간답게 살고싶은 우리들의 소박한 염원을 불온하게 여깁니다. 근로자가 아니라 진짜노동자로 떨쳐일어선 우리가 가르쳐줘야 할 때입니다. 오랜 계급투쟁의 역사가 증명한 것처럼 단결투쟁으로 천민자본가들에게 우리 노동자들의 위대한 힘을 일깨워줘야 합니다. 중세 프랑스대혁명의 주체였던 제3신분 평민들처럼 노동자가 우리 사회의 대안임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서 80만 민주노총의 대표가 삭발합니다. 파업주체인 희망연대노조 대표가 삭발합니다. 109명의 부당해고자와 함께 고통받고 있는 씨앤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표가 삭발합니다. 해고자인 강성덕 동지와 비해고자인 임정균 동지가 함께 삭발한 것처럼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동시에 머리를 밉니다. 승리의 결의를 담아 엄동설한에 고공농성투쟁하고 있는 동지들이 하루빨리 땅을 밟을 수 있도록 머리를 깎습니다. 씨앤앰 투쟁이 승리해야 한국 사회가 노동 존중 사회로 탈바꿈하는 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씨앤앰 투쟁이 승리해야 통신 비정규직과 여러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연이어 승리할 수 있습니다.
1900만 노동자들의 미래가 걸린 씨앤앰 투쟁을 마침내 민주노총이 책임집니다. 단결투쟁의 모범인 이 투쟁의 마무리를 민주노총이 책임집니다. 고공농성투쟁 승리를 위해 민주노총이 앞장섭니다. 위원장 임기가 중요한게 아니라 노동자 생존권 쟁취가 우선이기에 이런 저런 고심 다 내리고 머리를 깎습니다. 노동자 단결과 연대의 정신으로 시퍼런 각오와 결기를 다지며 승리를 확신하는 삭발입니다. 이제 민주노총과 희망연대노조를 필두로 시민행동을 비롯한 시민사회가 더욱 굳건하게 이 투쟁을 뒷받침할 것입니다. 승리하는 날까지 어깨걸고 함께 전진할 것입니다. 오늘의 삭발은 씨앤앰 대주주 MBK와 맥쿼리에 보내는 마지막 경고입니다. 투기자본가들이 대화와 상생을 끝내 거부한다면 우리들은 투쟁과 연대로 자본의 탐욕을 엄중하게 심판할 것입니다. 온힘을 모아 씨앤앰 사태 주범들을 반드시 응징할 것입니다.
2014. 12. 16
삭발결단식에 참여한 시민행동과 희망연대노동조합 조합원 일동